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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4 세계 체스 챔피언십 13차전: 딩 리런, 흑색 기물로 역전 기회 만들어 결승전으로 끌고 가다

세계 체스 챔피언십에서 흑색 기물로 비긴다는 것은 백색 기물로 비기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성과로 여겨진다. 특히 치열하게 맞선 결승전 막바지에 흑색으로 비기는 것은 거의 금값과 같다.

싱가포르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딩 리런에게 어울릴만한 배경 음악이 있다면 타밀어 노래 ‘카룹푸 탄 에나쿠 피디차 컬러(Karuppu than enakku pidicha colouru)’가 될 것이다. 이 노래의 가사는 “내가 좋아하는 색은 검정”을 의미하며, 딩의 결단력 있는 흑색 기물 플레이를 잘 대변한다.

딩 리런은 11차전에서 흑색 기물로 패배하는 실수를 제외하고는, 통상적으로 체스에서 불리하다고 여겨지는 흑색 기물로 대단한 성과를 보여주었다.

13차전에서 딩은 흑색 기물로 다시 한번 귀중한 무승부를 기록했다. 이는 결승전을 단 한 경기만 남긴 상태에서 대등한 승점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이었다.

현재 양 선수의 스코어는 6.5 대 6.5로 동률이다. 결승전이 열린 싱가포르의 리조트 월드 센토사에서는 이제 고전 체스 방식으로 남은 단 한 번의 경기가 승자를 결정하게 된다.

목요일에 열리는 14차전에서 승자가 나오면 곧바로 세계 챔피언이 된다. 만약 무승부로 끝난다면, 다음 날 속기 체스 타이브레이커 경기가 진행될 예정이다.

수요일 경기에서 딩은 남은 시간이 5분도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단 10번의 움직임만 허용된 위기의 순간을 맞았다. 그는 유일하게 승산을 유지할 수 있는 ‘f8’ 칸으로 자신의 룩을 이동해야 했다.

다른 어떤 선택도 패배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. 그러나 딩은 결단력 있게 31…Rf8을 선택하며 경기의 균형을 유지했다.

딩은 여러 면에서 수비의 대가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. 올바른 수비 전략을 찾은 그는 첫 번째 시간제한 내 40번의 움직임을 모두 마칠 수 있었다. 이는 이번 대회 내내 어려움을 겪어온 부분이기도 했다.

반면 구케시는 경기 시작 전부터 딩을 놀라게 할 전략을 준비했다. 그는 딩보다 일찍 경기장에 도착하며 심리전을 펼쳤다. 구케시는 킹 폰을 두 칸 전진시키며(1. e4) 경기를 열었다. 이는 첫 번째 경기에서도 사용했던 전략이었으나 당시 그는 패배했었다.

딩은 이 움직임에 프렌치 디펜스(French Defence)로 응수했다. 경기 도중 딩이 퀸으로 실수하며 구케시는 결정적 기회를 잡는 듯했으나, 중요한 룩 교환 기회를 놓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.

결국 딩은 자신의 룩을 활용한 결정적인 방어 전략으로 경기를 무승부로 끌고 갔다. 두 선수는 총 68번의 움직임 끝에 룩과 폰만 남은 엔드게임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다.

이제 남은 것은 단 한 경기. 세계 체스 챔피언의 자리를 놓고 벌어질 마지막 대결은 전 세계 체스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.